6.3 가지치기와 수형 조절의 생리학
– 나무를 자르면 더 잘 자라는 이유는?
수목전문가들이 "나무는 잘라줘야 잘 자란다"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 정리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.
그 속에는 광합성, 생장호르몬, 수분·양분 이동, 분열조직 반응 등 복합적인 생리작용이 얽혀 있습니다.
수목생리학은 가지치기가 단순한 손질이 아닌, 수형, 생장 방향, 꽃과 열매의 수량, 나아가 나무 전체의 생존력까지 바꿉니다.
1. 가지치기의 생리적 효과
(1) 정아우세 해제 → 측지 발달
나무는 일반적으로 줄기 끝의 정단 생장점(apical meristem)에서 생성된 옥신(auxin)을 통해 아래쪽 가지들의 생장을 억제하고 주 줄기만 빠르게 생장하도록 만듭니다. 이를 정아우세(apical dominance)라고 부릅니다.
정단을 가지치기(절단)하면 옥신 생성이 줄어들고, 그동안 억제되던 측지(곁가지)의 생장이 촉진됩니다.→ 이는 풍성한 수형 형성의 시작점이 됩니다.
(2) 수분·양분의 재분배
가지치기로 잎과 조직의 양이 줄어들면 뿌리에서 흡수된 수분과 양분의 수요도 변하게 됩니다.
- 기존보다 적은 수관을 유지하는 데 자원이 분배됨
- 남은 가지로의 생장 집중 → 굵기 증가
- 뿌리와 지상부 간의 균형 회복 → 활착 안정화
특히 이식 후 가지치기는 뿌리 손실 대비 상부 생장부하를 줄여주기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.
(3) 빛의 분포 조절 → 광합성 효율 향상
내부까지 햇빛이 들지 않는 밀집 수관은 광합성의 비효율을 야기하고, 병해 발생 확률을 높입니다.
- 가지치기로 내부까지 광투과율 증가
- 광합성 증가 → 더 많은 당류 생산
- 열매 맺는 가지에 햇빛 공급 → 품질 향상
결실량 증대, 과실 품질 향상은 수관 정리와 빛의 관리에 달려있습니다.
2. 가지치기의 생리학적 반응 메커니즘
(1) 절단부 주변의 호르몬 변화
- 옥신(Auxin) 감소
- 시토키닌(Cytokinin) 상대적 우세 → 세포 분열 촉진
- 지베렐린(Gibberellin)은 새싹 형성과 신장에 관여
가지를 자른 위치 주변에서는 새눈 형성, 정단 교체, 측지 활성화 등 구조 재구성이 유도됩니다.
(2) 절단부의 방어 반응
- 코르크 형성층 발달 → 절단면 보호
- 리그닌·수지·폴리페놀 축적 → 병해 예방
- 외부 공기 노출 부위에서 산화효소 반응 활성화
→ 생리학적으로 나무는 절단된 부위를 ‘상처’로 인식하고 방어 조직을 형성합니다.
3. 수형 조절의 생리 원리
(1) 방향성 유도
- 가지의 상부 절단 → 아래쪽 눈 발달 (상향 가지 형성)
- 가지의 아랫부분 절단 → 위쪽 눈 발달 (측방 가지 형성)
절단 위치와 방향에 따라 새로 자라는 가지의 방향도 달라짐
(2) 수형 균형의 유지
- 측지 분산으로 수형이 안정되고
- 중심간부 제거로 개방형 수형 유지 가능
- 이중 가지, 교차 가지 제거 → 풍해 및 병해 예방
정해진 수형이 있는 과수원, 조경수, 가로수 등은 생장 방향을 생리학적으로 조정해 균형과 안정성을 확보합니다.
4. 가지치기 타이밍과 주의사항
조건 | 가지치기 목적 | 적절 시기 |
이식 후 | 수관 축소 → 활착 유도 | 초기 정지 직후 |
꽃/열매 수량 조절 | 개화부 조절, 영양분 분산 | 생장기 전 or 후 |
수형 조절 | 방향 전환, 균형 유지 | 생장기 중반 |
병해 예방 | 교차지 제거, 통풍 개선 | 겨울 or 초봄 |
5. 가지치기는 ‘생리학을 활용한 디자인’
가지치기 효과 | 생리학적 원리 |
측지 발달 | 정아우세 해제 → 옥신 감소 |
생장 집중 | 수분·양분 재분배 |
광합성 증가 | 수관 개방 → 빛 투과 증가 |
병해 저감 | 통풍 향상, 밀집도 감소 |
생장 방향 제어 | 절단 위치 → 새로운 가지 유도 |
단순히 보기 좋기 위해 자르는 것이 아니라, 나무 내부의 호르몬 흐름과 수분 이동, 생장 리듬을 설계하는 과정이 바로 가지치기입니다.
자르고 나면 더 건강해지는 나무, 그 이면엔 정확한 생리학적 이해와 조절의 기술이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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